대만 지우펀 여행지 소개

· 해외여행

지우펀에 가신다면 미리 알아두면 좋을 동선과 맛집 이야기.

지우펀(九份)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산비탈의 홍등 골목"이 가장 가깝습니다. 도시도 아니고 마을이라기에도 좁은, 타이베이 북동쪽 30km 지점에 있는 산간의 옛 광산촌이에요. 타이베이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이면 닿습니다.

이 동네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19세기 말부터 1971년까지 지우펀은 대만 최대의 금광 마을이었어요. 청나라 말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금과 석탄이 쏟아져 나왔고, 한때는 "작은 상하이"라고 불릴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그러다 광산이 폐쇄되면서 20년 가까이 사실상 버려진 산마을이었어요. 지우펀이 다시 알려진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989년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이 마을이 영화 배경으로 등장한 것. 또 하나는 2000년대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 모티브가 지우펀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 정작 미야자키 본인은 이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한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 부정 발언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우펀에 가는 가장 흔한 방식은 당일치기입니다. 오후 3시쯤 도착해서 5시쯤 석양을 보고 8시 버스로 돌아가는 동선. 대부분의 가이드북이 이렇게 권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르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능하면 1박을 하세요. 지우펀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간은 관광버스가 모두 떠난 밤 9시 이후거든요. 그 시간의 골목은 광산 마을이었을 때의 조용함을 어렴풋이 다시 띱니다. 가게는 거의 다 닫혀 있고, 홍등은 일부만 켜져 있고, 동네 어르신이 대문 앞에 앉아 있어요. 낮의 지우펀과 밤 9시의 지우펀은 다른 동네입니다.

낮 시간대는 사실 좋은 시간이 아닙니다. 오후 4~5시가 단체 관광버스의 피크라 골목이 사람으로 메워져요. 5~7시쯤 해가 기울고 조명이 하나씩 켜지는 골든타임이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이고, 7~9시는 단체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여유로워지는 저녁 골목입니다. 슈치루(竪崎路) 계단에서 아메이 차러우를 올려다보는 그 사진 — SNS에서 "지우펀" 하면 나오는 그 구도는 5~10분 줄을 서서 찍어야 합니다.

아메이 차러우(阿妹茶樓)는 붉은 등으로 가득한 4층 목조 찻집인데, 클리셰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클리셰엔 이유가 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골목과 바다를 동시에 내려다보며 마시는 우롱차는 1인 300~500 NTD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30분에서 1시간이 금방 흐릅니다. 공부차(工夫茶)라는 방식으로 작은 잔에 여러 번 우려 마시는데, 그 시간 자체가 지우펀의 본질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지우펀의 먹거리는 사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차오자이궈(쑥떡, 따뜻할 때 100 NTD짜리), 위완(어묵 국수), 토란과 고구마로 만든 타로 볼(아강이위안이 원조), 그리고 파인애플 케이크. 길거리 음식 위주라 비싸지 않고, 한 골목에서 거의 다 해결됩니다.

지우펀만 가면 절반만 본 셈이에요. 두 가지를 더 묶으세요. 하나는 차로 10분 거리의 진과스(金瓜石). 일제강점기 금광이 그대로 보존된 황금박물관이 있는데, 입장료 80 NTD에 220kg짜리 실제 금괴를 직접 만질 수 있어요(기네스 등재). 광부 막사와 일본식 관사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왜 이 산골에 마을이 생겼는지"의 역사가 눈에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는 길에 있는 스펀(十分). 기차가 지나는 좁은 철길 양쪽으로 가게가 붙어 있고, 종이 등에 소원을 써서 하늘로 날리는 천등이 200 NTD. 기차가 지나가는 선로 한가운데서 빌고 날리는 게 묘하게 진심이 됩니다. 스펀 폭포까지 10분 더 걸으면 무료로 볼 수 있어요.

타이베이에서 지우펀 가는 방법은 MRT 중샤오푸싱역에서 1062번 게이투 버스가 가장 편합니다. 편도 100 NTD. 단체 투어는 1인 900~1,500 NTD에 왕복 가이드 포함이에요. 비 오는 날엔 돌계단이 미끄러우니 운동화는 필수고, 작은 가게는 카드를 안 받는 경우가 많으니 현금도 챙기시고요.

지우펀 1박을 해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 산 중턱 민박의 작은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멀리 흩어진 마을 불빛, 그리고 주인 할머니가 아침에 내놓는 또우장과 유티아오. 1박에 3,000~5,000 NTD 정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6시쯤 빈 골목을 혼자 걸으면, 가게가 다 닫혀 있고 홍등이 꺼진 산마을의 진짜 얼굴이 잠깐 나타납니다. 이 시간은 당일치기로는 절대 만날 수 없어요. 제가 지우펀에 두 번째로 갔을 때 1박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누구에게든 1박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