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은 타이베이에 가려져 있는 남부의 대도시예요. 타이베이의 3분의 2 규모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라요. 타이베이가 빠르고 복잡하고 개방적이라면, 가오슝은 느리고 넓고 항구 도시 특유의 여유가 있습니다. 저는 두 도시 중에 오히려 가오슝의 공기가 더 좋아요. 관광객이 적고, 가격이 더 싸고, 현지인들이 외국인에게 훨씬 여유롭게 대합니다.
타이완 고속철(HSR)로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1시간 30분. 편도 약 1,500NTD(6만 원). 일본 신칸센 기술로 만들어진 열차라 편안하고 빠릅니다. 저는 가오슝 왕복 당일치기보다는 2박 3일이 최소라고 봐요. 1박으론 도시를 못 느낍니다.
보얼 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 Pier-2 Art Center)는 예전 부두 창고를 개조한 예술 단지예요. 벽화, 조각, 카페, 독립 서점, 빈티지 샵이 섞여 있고, 저녁엔 가오슝 젊은이들이 여기서 데이트를 합니다. 서울 성수동 분위기와 비슷해요. 주말엔 벼룩시장이 열려서 구경거리가 더 많아집니다. 무료 입장.
롄츠탄(蓮池潭, 연지담)은 가오슝 북쪽의 큰 호수인데, 호수 한가운데 용호탑(龍虎塔)이 수상 탑처럼 서 있어요. 용 입으로 들어가서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죄가 용서된다는 전설이 있어서 꼭 용 쪽부터 들어가시길. 2022년 큰 보수 공사를 거쳐 2024년에 재개장했고 지금은 입장료가 생겼어요(소액). 주변 춘추각과 공자묘까지 묶어서 반나절 코스.
치진(旗津) 섬은 가오슝 여행의 보석이에요. 페리로 5분이면 건너가는 작은 섬인데 해변, 등대, 해산물 식당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섬에서 자전거를 빌려 30분 도는 걸 추천해요. 한쪽은 컨테이너 부두와 대형 선박들이 움직이는 산업 뷰, 반대쪽은 해수욕장과 어선. 이 대비가 가오슝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에요.
포광산(佛光山) 불교 테마파크는 가오슝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세계 최대 청동 좌불(108m)이 있는 대형 사찰 복합체입니다. 입장 무료. 건물 규모가 압도적이고 불교 박물관 전시도 충실해요. 종교적 공간이라기보다는 "불교 문화 경험 공간"으로 생각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음식은 가오슝이 타이완 남부 대표답게 진하고 달아요. 타이난보다는 덜 달지만 타이베이보다 달다는 정도. 육갱(肉羹, 고기 국물 요리)과 반티아오(粄條, 넓적한 쌀국수)가 남부 대표 음식이에요. 저는 류허 야시장(六合夜市)보다 신쥐장 야시장(新堀江夜市)을 더 좋아해요. 전자는 관광객 포화, 후자는 현지 젊은이들의 실제 장소.
미려다오 MRT역(美麗島站, Formosa Boulevard Station)은 관광 명소로 등재된 지하철역이에요. 돔 천장에 "빛의 돔(Dome of Light)"이라는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설치작품이 있는데, 직경 30m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지하철 환승하면서 잠깐 서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게 MRT역이라고?" 싶어져요.
가오슝에서 컨딩(墾丁) 해변까지는 버스로 2시간 30분. 시간이 넉넉하면 1박 2일로 다녀오시길 권해요. 타이완 최남단의 바다이고 대만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일본 오키나와 느낌의 백사장과 산호초 바다가 있어서 "타이완에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오슝 MRT는 두 노선(적색·귤색)뿐이라 간단합니다. 요요카드로 결제, 구간당 약 20~30NTD. 자전거 공유(YouBike)도 잘 돼 있어서 보얼 예술특구나 해변 주변은 자전거가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