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방콕과는 완전히 다른 태국입니다. 북부 산지의 옛 왕국 수도였던 이 도시는 방콕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시원하고, 훨씬 느리게 흘러요. 저는 방콕에서 국내선으로 한 시간쯤 날아와 치앙마이에 처음 내렸을 때 "같은 나라가 맞나" 싶었습니다. 택시 한 번 잡을 때도 흥정이 느긋하고, 길거리에서 스쿠터 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 동네입니다.
도시의 심장은 해자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시티예요. 가로세로 1.5km 정도 되는 네모난 구역 안에 사원이 서른 개 넘게 모여 있습니다. 왓 프라싱, 왓 체디 루앙이 대표이고, 하루에 다 돌려 하지 마시고 두세 군데만 천천히 보는 편이 나아요. 한국식 관광 속도로 치앙마이를 돌면 이 도시의 매력이 반도 안 보입니다. 작은 카페에 30분씩 앉았다가 다음 골목으로 넘어가는 정도가 이 동네의 올바른 속도예요.
도이수텝은 치앙마이에 왔다면 한 번은 올라가야 하는 산사입니다. 해발 1,050m, 시내에서 빨간 송태우(공용 트럭)로 40분쯤 걸려요. 왕복 150~200밧 선. 해 질 무렵에 올라가서 정상 플랫폼에서 치앙마이 시내를 내려다보는 타이밍이 제일 좋은데, 이 시간엔 내려올 송태우가 줄어드는 시간이기도 하니 돌아오는 교통편을 미리 정해두세요. 저는 첫 방문 때 이걸 안 해서 정상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음식은 북부식 카레인 카오소이가 대표예요. 쌀국수와 바삭한 튀김면을 함께 얹어 먹는 형태인데, 치앙마이 외의 태국 도시에서는 잘 안 보입니다. "카오소이 쿤옌"과 "카오소이 매 사이"가 제가 돌아다녀 본 중에선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한 그릇 60~80밧, 2,500원 정도. 저녁엔 일요일만 열리는 선데이 워킹 스트리트에 가면 길거리 음식과 수공예가 한 길에 쏟아져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한 가지 특별한 건 코끼리 보호구역이에요. 예전에 유행했던 코끼리 라이딩 대신, 윤리적 관광지인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같은 곳에서 하루를 코끼리와 함께 보내는 프로그램이 늘었습니다. 1일 투어 2,500~3,000밧. 사람이 코끼리 위에 올라타지 않고 그저 먹이 주고 물놀이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 훨씬 마음 편합니다. 여행 후기를 남기고 싶은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 하루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