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한국인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 하나를 먼저 적을게요. 7~8월에 지중해로 떠나는 것. 이탈리아 남부, 그리스 본토, 스페인 해변 모두 한여름엔 40도를 넘기고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라서 "휴양"이 아닌 "버티기"가 됩니다. 진짜 여름 여행은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가거나, 여름에만 접근할 수 있는 계절 한정 목적지를 노리는 겁니다.
스위스 인터라켄과 체르마트,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프랑스 샤모니. 이 알프스 벨트가 7~8월 최적지예요. 낮 25도, 밤 13도, 비는 거의 없고 산길이 열려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융프라우 전망대 같은 4,000m급 봉우리까지 열차로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여름뿐이에요. 겨울엔 길이 다 막힙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와 몬테네그로 코토르는 아드리아 해의 보석인데, 한여름엔 확실히 덥습니다. 그래도 저는 5~6월이 아니라 굳이 여름에 가신다면 이쪽을 권해요. 지중해 동쪽은 습도가 서쪽보다 낮아서 그늘만 잘 찾으면 견딜 만하고, 바다 온도가 24~26도라 수영하기 딱 좋습니다.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는 무조건 해가 뜨고 한 시간 안에 시작하세요. 9시만 넘어가도 돌이 달궈져서 발이 타요. 저는 첫 방문 때 오후 2시에 성벽을 돌다가 탈수 직전까지 갔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여름이 진짜예요. 겨울 아이슬란드는 오로라가 유명하지만, 여름 아이슬란드는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백야(6월 중순은 밤 11시까지 해가 떠 있음), 접근 가능한 내륙 고원, 개방된 F-road(내륙 비포장 도로), 만개한 루피너스 들판. 제가 6월 말에 갔을 때 새벽 1시에 해가 떨어지고 새벽 3시에 다시 뜨는 걸 보며 시간 감각이 완전히 깨졌어요. 렌터카 필수고, 최소 7일은 잡으셔야 링로드 한 바퀴를 여유롭게 돕니다.
동남아는 여름을 피하시는 게 보통이지만 예외가 있어요. 발리(특히 울루와투·우붓)는 건기 5~9월이 최적기라 7~8월에 가도 됩니다. 오히려 사람이 몰리는 시기예요. 필리핀 팔라완, 몰디브, 세이셸도 여름이 건기라 여행 가능합니다. 다만 태풍 리스크가 8월 후반부터 올라가니 8월 초 이전을 노리시는 게 좋아요.
북미는 캐나다 로키(밴프, 재스퍼)가 압도적입니다. 빙하 호수들이 얼음이 녹아 수면에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시기가 7~8월이에요. 루이즈 호수, 모레인 호수, 페이토 호수의 터키색은 사진 보정이 아니라 빙하 퇴적물 때문에 생기는 실제 색이고, 겨울엔 다 얼어붙어서 못 봅니다. 알래스카 크루즈도 여름 한정이에요. 6~8월에만 빙하까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여름 여행의 가장 중요한 준비는 자외선과 습도 대비입니다. 선크림 SPF 50+, 모자, 얇고 통기성 좋은 긴팔(반팔보다 긴팔이 오히려 시원함), 충분한 수분 섭취. 이동 일정을 아침 일찍과 저녁 해 질 녘에 몰고 낮 12~15시는 무조건 그늘에서 쉬는 "시에스타 전략"이 성공의 열쇠예요. 유럽 남부 사람들이 한낮에 가게 문 닫고 쉬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여름 성수기 항공권은 12월에 예약해야 합니다. 출발 6개월 전이 가장 싸고, 2~3개월 전이 중간, 1개월 이내가 가장 비싸요. 특히 유럽 직항은 예산의 40% 이상이 항공권에 들어가는데, 이걸 아끼려면 무조건 일찍 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