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요. 다른 유럽 도시들처럼 한눈에 반하는 곳은 아니에요. 건물은 오래됐고 타일은 때가 껴 있고 트램은 삐걱대고 언덕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근데 그렇게 이틀쯤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도시가 왜 사람을 잡아두는지" 슬쩍 알겠어요. 9월 리스본의 느낌은 특히 그래요.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공기가 살짝 서늘해지기 시작하는데 해는 여전히 길고, 오후 5시의 골든아워가 도시 전체를 황토색으로 물들입니다.
이 도시는 일곱 개 언덕 위에 지어져 있어요. 로마의 일곱 언덕에서 따와 스스로 "일곱 언덕의 도시"라 부릅니다. 실제로 걷다 보면 매 블록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바뀌는데, 이 언덕이 바로 리스본의 성격을 만든 요소예요. 황색 트램 28번이 이 언덕들을 가로지르는 관광 루트로 유명한데, 저는 이거 타지 마시라고 권합니다. 관광객 포화에 소매치기 메카가 됐어요. 대신 12번 트램이나 언덕 엘리베이터(Elevador)를 쓰세요. 같은 풍경이 훨씬 한가롭게 보입니다.
파두(Fado)는 리스본의 혼이에요. 포르투갈식 블루스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곳이 알파마(Alfama) 지구에 여러 개 있습니다. 관광객용이 아닌 "Fado Vadio"(아마추어 파두) 바를 찾으세요. Tasca do Chico가 유명하고, 저녁 9시 이후에 들어가면 1시간쯤 기다려 들어가서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동네 아줌마가 눈 감고 노래 부르는 걸 들을 수 있어요. 관광 쇼가 아닌 진짜입니다. 처음 들을 땐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멜로디만으로 목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벨렘(Belém) 지구는 반드시 반나절 투자하세요.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1502년 마누엘 양식의 정수인데, 돌에 밧줄과 조개껍질을 새긴 섬세함이 사진으로는 전달이 안 돼요. 옆의 벨렘탑은 대항해시대 출항의 상징이고, 그 바로 길 건너 파스테이스 드 벨렘(Pastéis de Belém)이 원조 에그타르트 집입니다. 1837년부터 같은 레시피로 굽는데 도쿄의 디저트 숍에서 파는 포르투갈 에그타르트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에요. 즉석에서 오븐에서 나온 따뜻한 타르트에 슈가파우더와 시나몬을 뿌려 먹는 것. 한 번에 세 개는 먹어야 합니다. 1.4유로.
신트라(Sintra) 당일치기는 리스본 여행에서 뺄 수 없어요. 로시우역에서 기차 40분, 왕복 4.6유로. 언덕 꼭대기 페나 궁전(Palácio da Pena)은 19세기에 지어진 낭만주의 왕의 여름 별궁인데, 건물 색이 빨강·노랑·보라가 섞여 있어서 디즈니 성 원형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문제는 성수기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9월 중순 이후를 권해요. 저는 9월 말에 갔는데 8월보다 절반은 한가했습니다.
포트와인은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본고장이지만, 도심에 있는 "비니포르탈(Vini Portal)" 같은 와인바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어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 대표이고 저는 10년 숙성 토니 포트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한 잔 5~8유로.
먹는 얘기를 더 하면, 포르투갈 음식 핵심은 해산물입니다. 바칼라우(소금 대구)는 이 나라에서 요리법만 365개라는 말이 있고, 정어리 구이(Sardinha Assada)는 6월 성 안토니우 축제의 주인공인데 9월에도 신선합니다. 저는 알파마 골목의 숯불 정어리집에서 화이트 와인 한 잔이랑 먹었던 그 한 끼가 이 도시에서 가장 선명한 기억이에요. 손가락에 숯 냄새가 하루 종일 남았습니다.
9월 리스본의 기후는 거의 완벽해요. 낮 25~27도, 밤 17~19도, 비는 거의 없음. 8월까지의 뜨거운 태양이 한풀 꺾이고 바람이 대서양에서 살짝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기. 한 가지 경고. 숙소 예약할 때 "리스본 중심"만 보지 말고 "언덕 위쪽"인지 확인하세요.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언덕을 올라가는 건 정말 지옥입니다. 저는 첫 방문 때 이걸 몰라서 30분을 울면서 캐리어를 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