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발리에 대해 솔직하게 한 가지부터 말씀드릴게요. 여긴 "휴양지"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여러 얼굴을 가진 섬이라 어디에 묵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돼요. 쿠타는 시끄럽고 서퍼 천국이고 클럽이 주인공, 우붓은 내륙 정글과 요가와 카페, 울루와투는 절벽과 해변 클럽, 사누르는 가장 조용하고 현지 가족 분위기, 누사두아는 리조트 전용 구역. 이걸 모르고 "발리 5박"이라고만 잡으면 공항 근처 쿠타에서 숙소 잡고 매일 택시로 20만 원씩 쓰다가 끝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제가 두 번째부터 쓰는 공식은 "우붓 2박 + 해안 2박"입니다. 발리의 영혼은 우붓에 있고, 해변 바이브는 해안에 있어요. 두 가지를 한 숙소에서 얻으려고 하지 마시고 분리하세요. 공항에서 우붓까지 1시간 반, 우붓에서 울루와투까지 다시 1시간 반. 이동은 그랩 택시로 20~30만 루피아(약 2만 원)면 됩니다.
우붓을 설명할 때 저는 항상 "아침 7시의 우붓"을 얘기해요. 낮 11시 이후의 우붓은 관광버스와 단체 투어로 꽉 찬 시장 거리가 되지만, 새벽 6~7시엔 전혀 다른 얼굴입니다. 좁은 골목의 작은 힌두 사원 앞에 하얀 사롱을 두른 여자들이 꽃 공양 접시를 놓고 있고, 오리 떼가 논 사이 길을 따라 이동하고, 안개가 테라스 논 위에 낮게 깔려 있어요. 이 시간이 진짜 발리예요. 테갈랄랑 라이스 테라스에 7시 도착하면 관광객이 거의 없고, 햇빛 각도가 논의 계단 무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우붓에서 꼭 하나 해보시길 권하는 건 요가 수업이에요. 종교가 없어도 됩니다. 요가 반(Yoga Barn)이 대표적이고 1회 드롭인 150K 루피아(약 1만 2천 원). 저는 첫 수업 때 수업보다 개방된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 — 새, 개구리, 먼 곳의 간멜란(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 에 더 홀렸습니다. 끝난 뒤 주스바에서 파파야 스무디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는 아침 루틴이 이 여행에서 제일 선명한 기억이에요.
해안은 저는 울루와투를 압도적으로 선호합니다. 쿠타는 이미 관광 포화고 호객꾼이 많은데, 울루와투는 절벽 꼭대기 클리프 카페와 해변 클럽(Single Fin, Ulu Cliffhouse)이 드라마틱해요. 특히 일몰 시각 Single Fin의 옥상 바는 인생 일몰 중 하나로 꼽아도 될 정도입니다. 단 금·토 저녁은 예약 필수. 현지 DJ 파티로 변해서 20대 호주 서퍼들이 점령합니다.
울루와투 사원(Uluwatu Temple)의 해 질 녘 Kecak 댄스 공연은 꼭 보세요. 100명 가까운 남자 합창단이 "chak chak chak" 구호를 반복하며 라마야나 신화를 춤으로 풀어내는 전통 공연인데, 1930년대에 관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도 무대 뒤로 해가 떨어지는 순간의 분위기는 진짜입니다. 입장권 150K, 공연 100K 별도.
원숭이 주의사항. 우붓 몽키 포레스트, 울루와투 사원 모두 원숭이가 지배하는 구역이에요. 선글라스·모자·카메라 스트랩·물병을 절대 손에 들고 있지 마세요. 1초 만에 뺏어 갑니다. 저는 첫 방문에서 선글라스를 잃었고, 두 번째엔 친구가 물병을 빼앗겼어요. 가이드가 되찾아주긴 하는데 그 과정이 스트레스입니다.
음식. 바비굴링(아기 돼지 통구이)은 이부 오카(Ibu Oka)가 관광지화됐지만 여전히 맛있고, 나시참푸르(밥+반찬 플레이트)는 어느 와룽(Warung, 현지 식당)에 들어가도 실패가 없어요. 저는 와룽 비아(Warung Biah Biah)의 나시참푸르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1인 3~5만 루피아(4~5천 원). 카페 문화도 발리가 아시아 1~2위를 다투는데, 세니만 커피(Seniman)나 레볼버(Revolver) 같은 스페셜티 카페는 호주 커피 씬이 통째로 옮겨온 수준입니다.
건기는 5~9월이라 8월은 최고의 시기입니다. 대신 성수기 끝물이라 숙소 가격이 평소보다 30% 비싸고, 우기 초입 특유의 오후 소나기가 없어서 풍경 사진은 잘 나와요. 자외선은 살인적이라 선크림은 SPF 50+, 모자 필수. 4~5시간 해변에 누워 있다가 화상 입은 서양 관광객을 매일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