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대표 여행지: 산토리니, 그리스

· 해외여행

6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산토리니, 그리스를 권합니다.

산토리니에 가야 한다면 6월에 가시라는 말을 누군가 미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저는 두 번째 방문에서 생각했습니다. 첫 방문은 8월이었어요. 이아의 좁은 골목에서 사람에 떠밀려 다녔고, 호텔 수영장 자리는 새벽 6시에 일어나야 잡혔고, 한낮의 검은 모래는 발바닥을 익혀버릴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두 번째는 6월 둘째 주. 같은 섬인데 완전히 다른 섬이었어요. 낮 28도, 밤 19도, 바람은 살짝, 인파는 절반.

산토리니가 어떻게 생긴 섬인지부터 짧게 적어둡니다. 기원전 1627년경 거대한 화산 폭발로 가운데가 통째로 가라앉은 흔적이 지금의 초승달 모양 칼데라예요. 서쪽 절벽 위에 마을이 일렬로 서 있고, 동쪽은 완만한 흑사장 해변입니다. 마을은 남쪽부터 피라(섬의 수도, 버스 허브), 피로스테파니, 이메로비글리, 그리고 북쪽 끝의 이아. 거의 모든 사진이 이 네 마을 사이의 능선에서 찍힙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아 선셋 한 장면만 보고 돌아옵니다. 그게 가장 큰 손해예요. 산토리니에서 진짜로 해야 할 것은 피라에서 이아까지 능선을 따라 걷는 10km 트레킹입니다. 오후 3시쯤 피라를 출발해서, 피로스테파니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이메로비글리의 스카로스 바위에 잠깐 올랐다가, 해 지기 직전에 이아에 도착하는 동선. 3~4시간이 걸리고 그늘이 거의 없어서 물을 두 병은 챙겨야 하는데, 이 길을 걸어본 사람과 안 걸어본 사람의 산토리니 기억은 완전히 다릅니다. 스카로스 바위는 옛 비잔틴 요새의 흔적이 남은 봉우리인데, 본 트레일에서 10분만 빠져나와 오르면 칼데라 전체가 180도로 펼쳐지는 자리가 나옵니다.

이아 선셋 자리는 사실상 전쟁입니다. 해 지기 30분 전이면 이아 성터(Kastro Oia) 앞에 사람이 4겹으로 쌓이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사람의 머리 사이로 해를 보게 돼요. 1시간 전에 자리를 잡거나, 아예 포기하고 북쪽 암무디 만으로 300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거기서는 절벽의 역광 실루엣이 훨씬 드라마틱하고 사람도 절반 이하예요. 저녁은 그 항구의 작은 식당에서 문어 구이 한 접시. 산토리니 음식 중에서 가장 정직한 한 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숙소는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케이브 하우스 칼데라뷰는 1박 50만 원이 우습게 넘어가요. 그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결국 본인의 기준이지만, 저는 피라 내륙의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저녁만 이아에서 먹는 조합을 두 번 다 선택했습니다. 1박 15만 원 안팎이면 깨끗한 숙소를 잡고, 같은 예산으로 이틀 더 머물 수 있어요. 이아행 막차 버스가 23시까지 있어서 시간 부담도 없습니다.

먹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산토리니에는 이 섬에서만 잘 자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산토리니 토마토(이걸로 토마토 크로켓을 만듭니다), 노란 콩으로 만드는 파바 퓌레, 그리고 화산토에서 자란 청포도 아시르티코로 빚는 와인. 이 와인이 진짜로 다른 곳과 다른데, 산토리니의 포도밭에 가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포도나무를 사람 키로 키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지를 둥글게 땅에 붙여 바구니처럼 키웁니다. 전 세계에서 산토리니에만 있는 재배 방식이고, 그 결과로 미네랄이 강한 드라이 화이트가 나옵니다. 칼데라 위에 있는 Santo Wines 와이너리에서는 12종 테이스팅 + 절벽 뷰가 35유로 정도. 이 한 가지는 진짜로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산토리니의 남쪽 끝 아코티리(Akrotiri) 유적을 빼먹지 마세요. 폼페이보다 1,500년 먼저 화산재에 묻힌 미노아 문명의 도시인데, 실내 고고학 공원으로 보존되어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합니다. 입장료 12유로. 3,600년 전의 배수 시설과 2층 집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산토리니의 풍경 사진은 어디서나 비슷하지만, 이 유적의 기억은 사진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6월에 가셔야 하는 진짜 이유는 결국 한 가지로 요약돼요. 7~8월의 이 섬은 인파와 가격에 부딪혀 매력의 절반을 잃습니다. 6월은 해가 가장 길어서 일출 6시 10분, 일몰 8시 50분, 하루가 14시간 반이 됩니다. 그 14시간 반을 천천히 쓰면 이 섬이 왜 평생 한 번쯤은 가는 곳인지 이해하게 돼요.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산토리니의 수돗물은 못 마시니 생수만 드시고(1.5L 1유로 내외), 카드 결제가 불안정한 작은 가게가 의외로 많아 현금 100유로 정도는 늘 가지고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