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3월에 가는 이유는 벚꽃이 아니에요. 오히려 벚꽃이 터지기 직전, "필까 말까" 긴장하는 그 시기의 공기 때문입니다. 기상청 개화 예보가 3월 20~28일에 몰려 있고 만개는 3월 말~4월 초인데, 개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람이 하루 단위로 폭증해요. 저는 일부러 3월 중순을 노립니다. 꽃이 없어도 기타노 텐만구의 매화, 다이고지의 조팝나무, 식물원 목련이 줄줄이 터지는 시기라 "꽃 없는 교토"가 되지도 않습니다.
이 도시에 여러 번 가본 후 제가 얻은 교훈이 딱 하나 있어요. 교토는 오전 10시 전에 승부가 납니다. 그 시각 이후엔 주요 사찰이 수학여행단과 관광버스로 꽉 차서 사진 한 장 찍으려면 30분씩 기다려야 하거든요. 반대로 6시대엔 같은 장소가 거의 전세입니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첫차로 가면 1만 개 붉은 토리이 사이에 사람이 정말 아무도 안 찍혀요. 키요미즈데라는 6시 개문, 본당 무대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시내가 가장 맑은 빛일 때입니다.
첫 교토 여행 때 저는 버스를 잘못 골라서 하루의 절반을 날렸습니다. 교토는 지하철이 두 노선뿐이라 주요 사찰까지 직결이 안 되고, 시영 버스가 답인데 성수기엔 관광객으로 꽉 차서 안 움직여요.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하루 1,200엔. 교토 시내는 평지가 많아서 자전거로 8km 반경의 명소 대부분이 커버돼요. 이게 진짜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대신 많이 걷기로 결심했다면 쿠션 좋은 운동화가 하루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저는 교토에서 하루 평균 2만 보를 걸어요.
긴카쿠지에서 철학의 길을 따라 난젠지까지 2km 산책은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긴카쿠지는 이름만 "은각"이고 실제론 은이 안 붙어 있는데, 대신 정원의 이끼와 "은사단" 모래 조각이 진짜 매력이에요. 그 뒤로 개울을 따라 벚나무가 이어지는 길이 철학의 길이고, 끝에 난젠지의 벽돌 수로각이 나옵니다. 메이지 시대 토목 유산인데 드라마 촬영 단골이라 현장에서 묘한 기시감이 들어요.
료칸은 한 번은 꼭 묵으세요. 2만 엔대 표준, 4만 엔대 히가시야마 전통, 10만 엔 넘는 최상위가 있는데 저는 2~3만 엔대 작은 료칸을 권합니다. 가이세키 저녁 한 번, 다다미에서 맞는 아침 한 번, 미닫이문이 조용히 열리는 순간의 공기 — 그게 교토 경험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기온의 요시카와나 아라시야마의 란카쿠안이 접근성 대비 퀄리티가 좋았어요.
아라시야마는 대나무 숲만 보고 오는 분이 많은데, 텐류지의 소겐치 정원을 꼭 묶어서 보세요. 14세기 선종 정원의 원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후 늦게 가면 대나무 숲에 역광이 들어오는 순간이 찰나로 아름다운데, 그 시간에 한 번 서 있어 본 사람은 잊히질 않는대요. 저도 그 말이 왜 나왔는지 거기서 이해했습니다.
촬영 주의사항 하나. 2024년부터 기온 하나미코지 일부 골목은 사진 촬영이 금지됐어요. 위반하면 벌금 1만 엔. 게이코나 마이코를 쫓아다니는 관광객 때문인데, 보이더라도 거리를 두고 눈으로만 담으세요. 사찰 내부도 생각보다 촬영 금지 표시가 많으니 조심. 료안지 돌정원은 찍어도 되지만 본당 내부는 안 됩니다.
니시키 시장에서 점심을 대체할 수 있어요. 400년 된 "교토의 부엌"인데 참깨두부, 타코타마고(문어+메추리알을 입에 넣는 길거리 음식), 교즈케 같은 절임을 하나씩 맛보며 걷다 보면 배가 찹니다. 돈가스나 스시 같은 정식 식사보다 이 쪽이 훨씬 교토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