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는 세 번 가봤는데, 매번 다른 달이었어요. 12월은 눈이 아직 덜 쌓였고, 3월은 이미 녹기 시작하고, 2월만이 길가에 1m 넘는 눈벽이 그대로 서 있는 시기였습니다. "진짜 홋카이도 겨울"을 보고 싶으면 2월입니다. 숫자로는 서울과 비슷한데 체감이 완전히 달라요. 홋카이도 특유의 파우더 스노우가 바람에 흩날려 얼굴을 때리는 감각은 서울의 건조한 추위와 다른 종류의 추위입니다.
2월 초부터 11일간 열리는 삿포로 눈축제가 이 도시 1년 중 가장 시끌벅적한 이벤트예요. 1950년 현지 중학생 여섯 명이 오도리 공원에 눈 조각 여섯 개를 세운 게 시작이었다는데, 지금은 매년 200만 명이 이 작은 도시로 몰려듭니다. 많은 분들이 오도리 회장 하나만 보고 오는데, 사실 회장이 세 곳입니다. 오도리가 메인 대형 설상과 라이트업, 스스키노가 얼음 조각, 츠도무가 아이용 눈 미끄럼틀 중심. 저녁 7시 오도리의 프로젝션 매핑이 하이라이트인데, 3년 전 갔을 땐 영하 12도에 서서 30분을 넋 놓고 봤어요. 발이 얼어서 다음날 온종일 절뚝거렸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라멘은 삿포로에서 하루 두 끼를 해도 됩니다. 저는 여기서 미소라멘의 개념이 바뀌었어요. 된장을 라드에 볶아 국물에 녹이는 방식이라 국물이 진한데 된장 향이 코끝까지 올라옵니다. 현지인 1위로 자주 꼽히는 멘야 사이미(麵屋 彩未)가 가장 안정적이고, 새벽까지 영업하는 스스키노의 게이카(けやき)는 숙취 해장용으로 완벽해요. 스미레 본점의 돈코츠 미소는 라드 층이 두꺼워 끝까지 뜨거운 게 특징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오타루는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삿포로역에서 JR로 40분, 편도 750엔. 운하 사진은 5분이면 끝나고 진짜 매력은 운하 뒤편 사카이마치 골목이에요. 르타오 본점의 더블 프로마주 치즈케이크는 공항에서도 파는데 본점에서 먹으면 식감이 완전히 달라서 한 번은 성지순례처럼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점심은 산카쿠 시장에서 성게+이쿠라+참치 삼색동을 6~8천 엔대. 도쿄에서 같은 구성이면 두 배입니다.
렌터카는 비추입니다. 2월 홋카이도 도로는 얼어붙어 있어서 현지 경험 없이 몰면 정말 위험해요. 지하철 1일권 830엔이면 시내는 다 커버되고, 얼음 인도는 돈키호테에서 파는 아이젠 커버(1천 엔대)를 신발에 씌우면 넘어질 걱정이 확 줄어듭니다. 이건 진짜 꼭 사세요. 처음 갔을 때 이걸 몰라서 두 번 넘어졌습니다.
숙소는 눈축제 주간에 비즈니스 호텔이 평소 7천 엔대에서 2만 5천 엔까지 뜁니다. 6개월 전 예약이 정답이고, 꽂히기 싫으면 키타24조나 아사부 쪽 지하철 두 정거장 북쪽으로 빠지세요. 오도리까지 10분인데 숙박비는 30% 저렴합니다. 조잔케이 온천 당일치기도 추천인데, 버스 70분 거리에 강변 노천탕에서 눈 맞으며 몸 담그는 경험은 "일본 겨울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돼요.
니조시장은 6시 30분부터 문 여는 가게가 있어서 이른 아침에 가면 대기 없이 해산물 덮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돈부리차야보다 다이소쇼쿠도가 양이 압도적이라 더 자주 가요. 돌아오는 길에 시장 끝의 카니 코로케 한 개 300엔짜리를 디저트로 드세요. 도쿄에선 이 맛 못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의점 얘기. 홋카이도 편의점 디저트는 본토와 구성이 다른데, 세븐의 홋카이도 생크림 롤케이크와 로손의 홋카이도 한정 유키미 다이후쿠는 거의 디저트 전문점 수준입니다. 호텔 돌아가는 길에 하나씩 사서 삿포로 클래식 맥주랑 같이 먹는 게 제 밤 루틴이었어요. 홋카이도 우유가 들어간 건 일단 다 사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