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는 "지금 가도 되는 유럽 도시" 중에서 제가 가장 자주 추천하는 곳이에요. 서유럽보다 물가가 절반에서 2/3 수준이고, 건물이 2차대전 폭격을 거의 피해서 14세기 고딕부터 아르누보까지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고, 도심이 걸어서 다 돌 수 있을 만큼 작아요. 12월이라는 시기를 붙이면 여기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더해집니다. 유럽 3대 마켓 중 가장 "동화 같다"는 평을 듣는 곳이 프라하에요.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의 마켓이 메인이고, 바츨라프 광장과 성 비트 대성당 앞 광장에 소규모 마켓이 추가로 열립니다. 저는 구시가 광장 마켓을 별로 추천 안 해요. 관광객에게 포화 상태라서 현지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거든요. 대신 바츨라프 광장 아래쪽이나 프라하 성 앞 마켓이 한결 여유롭고 뱅쇼(체코어로 Svařák) 가격도 덜 비쌉니다. 트르들로(Trdlo, 나무 막대에 감아 구운 반죽에 설탕·시나몬)는 사실 헝가리 음식인데 프라하 마켓에 파는 게 많아요. 한 개 80~120코루나(5~7천 원).
12월 프라하는 정말 춥습니다. 낮 영하 1도~2도, 밤 영하 5~8도. 그런데 건조해서 바람만 없으면 견딜 만해요. 문제는 눈. 눈이 오면 카를교(Karlův Most)가 그야말로 그림엽서로 변하는데, 얼어서 무지하게 미끄럽습니다. 저는 카를교에서 한 번 넘어질 뻔했어요. 바닥이 600년 된 돌인데 얼음이 얹히면 스케이트장 수준입니다. 미끄럼 방지 신발은 필수.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성 복합체라고 기네스에 등재돼 있어요. 9세기부터 20세기까지 1000년 이상 왕실과 대통령이 계속 살아온 곳입니다. 입장권은 구역별로 나뉘는데 Circuit B 티켓(250코루나)이면 성 비트 대성당·구왕궁·성 이르지 성당·황금소로까지 핵심을 다 볼 수 있어요. 성 비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알폰스 무하 작품 포함)는 오전 10~11시에 태양이 측면으로 들어올 때 색이 가장 선명합니다. 이 한 시간을 노리세요.
카를교는 해 뜰 무렵에 가세요. 새벽 6시 30분쯤이면 다리 위에 사람이 거의 없고, 블타바(Vltava) 강 위로 안개가 낮게 깔려 있고, 멀리 프라하 성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이 몇 분 있습니다. 이 장면을 위해서라면 호텔 알람을 5시 반에 맞출 가치가 있어요. 저는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이 시간대가 최고였습니다. 낮 10시 이후엔 초상화 화가, 거리 연주자, 관광객으로 꽉 차서 사진 한 장도 여유롭게 못 찍어요.
체코 맥주는 진짜예요. 체코는 1인당 맥주 소비량 세계 1위 국가고,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현대 라거의 원형입니다. 저는 U Fleků라는 1499년 개업 수제 양조장 겸 식당을 추천해요. 500년 넘게 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흑맥주를 파는 곳인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체코 전통 음식(굴라시, 훈제 돼지 무릎)과 같이 먹으면 저녁 한 끼가 잊히질 않습니다. 단 관광객이 많으니 저녁 6시 전에 가거나 예약하세요.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당일치기는 프라하 여행에서 뺄 수 없는 선택입니다. 버스로 3시간, Student Agency나 Regiojet로 왕복 400~600코루나. 작은 강을 따라 구부러진 중세 마을이 통째로 유네스코 유산이에요. 12월엔 프라하보다 더 동화 같습니다. 단 당일치기로 하루에 왕복은 체력이 좀 힘들어서 시간이 허락되면 1박하는 걸 권해요.
먹는 얘기 하나 더. 체코 음식이 무겁다는 평이 많은데 맞습니다. 굴라시, 돼지 무릎, 스비치코바(크림 소스에 절인 소고기), 덤플링(크네들리키). 하루 한 끼 이상은 부담이에요. 점심은 가볍게 "오픈 샌드위치(Chlebíček)"로 해결하시고 저녁에 전통식을 드시는 게 체력 유지에 좋습니다. 가격은 전통 식당 저녁 1인 300~500코루나(1만 8천~3만 원) 수준이라 서유럽 대비 절반이에요.
마지막. 프라하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메트로가 50코루나, 택시는 600~800코루나. 공식 택시만 타세요. 공항 바로 앞의 "흰색 무등록 택시"는 관광객에게 3~4배를 받는 걸로 유명합니다. AAA Taxi나 Liftago 앱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