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대표 여행지: 모로코 마라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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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모로코 마라케시를 권합니다.

마라케시를 여행지로 고를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 하나. 이 도시는 "편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호객은 집요하고, 미로 같은 구시가에서 길을 잃는 건 기본이고, 가격 흥정은 모든 거래의 출발점이에요. 그런데도 한 번 다녀온 사람이 다시 가는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가 있어요. 감각이 폭발하는 도시라서 그렇습니다. 냄새, 색깔, 소리, 향신료, 사람 — 모든 게 동시에 훅 밀려들어와서 돌아오면 며칠 멍해져요. 저도 첫 방문 때 "다신 안 와야지" 했다가 3년 뒤에 또 갔습니다.

11월이 최적기인 이유는 날씨예요. 마라케시는 사막 도시라 여름엔 낮 45도까지 올라가서 관광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11월이면 낮 22~24도, 밤 10도 전후. 걷기 딱 좋은 기온이고, 사하라 사막 투어를 가도 낮엔 긴팔에 얇은 재킷이면 되고 사막 밤엔 두툼한 것 하나 있으면 됩니다. 10월까지는 낮이 여전히 덥고, 12월부터는 밤이 춥습니다. 11월이 황금 구간이에요.

제마 엘 프나(Jemaa el-Fnaa) 광장이 이 도시의 심장입니다.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광장인데, 낮엔 평범해 보이다가 해가 지는 순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해요. 이야기꾼, 뱀 부리는 사람, 오렌지 주스 노점 수십 개, 즉석 구운 양고기 꼬치 연기, 허브 치료사, 타로 카드 읽는 할머니, 드럼 서클. 이 모든 게 동시에 열려요. 저녁 7시쯤 광장 주변 2층 카페(Café de France나 Le Grand Balcon)에 올라가서 박하차 한 잔 마시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이 여행에서 가장 선명한 장면이 될 겁니다.

숙소는 무조건 리야드(Riad)를 선택하세요. 호텔 말고요. 리야드는 구시가(메디나) 안의 전통 저택을 개조한 소규모 숙소인데, 바깥에서 보면 그냥 좁은 골목의 벽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정과 분수, 타일과 황동 램프로 가득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1박 50~150유로대로 가격대 다양. 저는 리야드 르 칼리페(Riad Le Calife) 같은 중급 리야드를 권해요. 아침마다 옥상에서 해 뜨는 아틀라스 산맥을 보며 민트티를 마시는 경험이 호텔로는 불가능합니다.

수크(Souk, 시장)는 정말 길을 잃습니다. 구글 지도가 잘 안 먹혀요. 골목이 너무 좁고 지붕이 덮여 있어서 GPS가 튕깁니다. 저는 첫 방문 때 한 시간을 같은 자리에 돌아왔어요. 팁: 수크에서 길 잃으면 도움을 청하지 마세요. "도와준다"며 다가오는 사람은 대부분 팁을 요구하거나 자기네 가게로 데려갑니다. 차라리 메인 랜드마크(쿠투비아 모스크 미나렛, 파나 광장)를 목표로 직진하세요. 그게 훨씬 빠릅니다.

흥정은 문화입니다. 정가가 없어요. 상인이 제시하는 첫 가격의 30~40%에서 출발해서 50~60%에서 타결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가죽 슬리퍼 한 켤레를 350디르함에서 시작해 120디르함에 샀는데, 나중에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물건이 80디르함에 있는 걸 보고 약간 민망했어요. 처음 본 가격은 무조건 거르세요.

사하라 사막 투어는 마라케시 여행의 정점입니다. 2박 3일 코스가 기본이고 1인 100~200유로. 마라케시를 새벽 7시 출발해서 아틀라스 산맥 티지 은 티카 고개(해발 2,260m)를 넘어 와르자자트와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를 거쳐 메르주가(Merzouga) 사막까지 이틀 걸려 가요. 마지막 단계에서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 사이로 30분 들어가 사막 한가운데 베르베르족 캠프에서 하룻밤. 모닥불, 타진 저녁, 밤하늘 별 — 이건 글로 전달이 안 됩니다. 사진으로도 별로 안 찍혀요. 실제로 가서 직접 누워 하늘을 봐야 해요.

음식은 타진(Tajine, 원뿔형 냄비에 만든 스튜)과 쿠스쿠스가 대표. 저는 양고기 + 건자두 + 아몬드 조합의 타진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닭 + 절임 레몬 + 올리브 타진도 상쾌해요. 길거리 음식으론 하리라(Harira, 토마토 콩 수프)가 저녁에 제마 엘 프나 광장 노점에서 5~10디르함에 팔리는데, 라마단 전통 음식이라 특히 11월엔 진한 맛입니다.

한 가지 주의사항. 마라케시는 2023년 9월 지진 이후 구시가 일부 건물이 복구 중입니다. 일부 명소가 공사 가림막에 가려져 있을 수 있으니 최신 후기 확인하고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