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교토는 이상한 도시입니다. 단풍이 아직 안 왔는데 관광객은 이미 왔거든요. 사실 교토 단풍 만개는 11월 20일~12월 초. 10월은 아직 초록에 가까운 나뭇잎 상태고, 아주 일찍 물드는 나무 몇 그루만 노란 빛을 띱니다. 그럼에도 10월을 추천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11월 마지막 주의 교토는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도후쿠지 통천교에 사람이 2시간을 서고, 청수사는 입장까지 줄을 두 바퀴 돌고,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은 걷지 못하고 떠밀리는 수준이에요. 10월의 교토는 한 달 먼저 가는 대가로 그 모든 인파를 피할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이 되면 교토 근교 고지대 몇 곳은 이미 단풍이 시작돼요. 히에이잔(比叡山) 산 위, 구라마(鞍馬) 골짜기, 오하라(大原) 마을. 이 세 곳은 해발이 조금 높아서 시내보다 2~3주 빨리 물듭니다. 오하라의 산젠인(三千院)은 저의 개인 최애예요. 교토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1시간, 마을이 작아서 관광객이 적고, 절 안의 이끼 정원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시내 큰 절들과 다른 차분함을 줍니다. 400년 이상 된 삼나무가 서 있고 그 아래 작은 돌 지장보살 수십 개가 이끼에 덮인 채 웃고 있어요. 이 장면 하나 때문에 교토 다시 가는 분도 있습니다.
나라는 10월에 정말 강력합니다. 11월에 나라 공원이 단풍 천국이 되는 건 맞는데, 10월 말이면 이미 일부 나무가 물들기 시작하고 사람은 훨씬 적어요. 나라 공원의 사슴 1,200마리는 1년 내내 있지만, 10월의 사슴은 발정기 수컷이 조금 예민해서 작은 아이들은 거리를 두는 게 좋습니다. 시카센베(사슴 과자)를 들고 있으면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오니까 겁 많은 분은 사지 마세요. 도다이지(東大寺)의 대불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커요. 15m 넘는 청동불이 8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현장에선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교토 시내에서 단풍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10월 말에 에이칸도(永観堂)를 가보세요. 교토에서 "단풍의 왕"이라 불리는 절이고, 경내 3,000그루의 단풍나무 중 가장 이른 놈들이 10월 말부터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해 질 녘 라이트업이 이미 시작되는 시기라 저녁 관람이 가능해요. 입장료 600엔, 라이트업 기간엔 1,000엔.
제가 여러 번 교토를 다녀보고 얻은 교훈 하나. 교토 단풍 여행은 "사찰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유명 사찰은 어디를 가도 사람에 치일 거예요. 대신 걷는 루트를 잡으세요. 철학의 길은 9월 말에 억새가 먼저 피고, 10월이면 길 양쪽의 작은 나무들이 하나둘 물들기 시작합니다. 긴카쿠지에서 난젠지까지 2km 산책길이 10월 중순 평일 오전에 가장 한가한 시간이에요.
11월 말에 가실 거라면 평일을 무조건 노리세요. 저는 첫 단풍 교토 여행 때 11월 23일(일본 근로감사의 날) 연휴에 맞춰 갔다가 도후쿠지 통천교 입장 줄이 2시간 넘어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일본 공휴일과 단풍 만개가 겹치면 최악의 조합이에요. 10월 말이면 평일/주말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오히려 편합니다.
료칸 얘기를 짧게 다시. 교토 료칸은 단풍철에 예약이 3개월 전에 끝나요. 10월 말도 이미 성수기 진입이라 9월 초엔 잡아두셔야 합니다. 가이세키 저녁에 단풍 모양의 장식물이 올라오는 시기가 10월 말부터라, 시각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식사 시기예요.
마지막 팁. 단풍 사진은 광각보다 망원이 정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24mm로 찍은 단풍숲은 평범한데, 85mm나 135mm 망원으로 같은 숲을 찍으면 색이 압축되어 캔버스처럼 꽉 찬 구도가 돼요. 조리개 f/5.6~8, ISO 200. CPL 필터가 있으면 나뭇잎 광택 반사가 제거돼 색이 훨씬 깊어집니다. 이건 제가 여행 사진 10년 찍고 배운 결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