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여행지 소개

· 해외여행

히로시마을(를) 계획 중이시라면 이 글부터. 실제로 다녀오며 얻은 감각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히로시마를 여행지로 쓸 때 제일 먼저 고민되는 건 톤(tone)이에요. 이 도시는 원폭 돔과 평화기념공원이라는 압도적으로 무거운 장소와, 미야지마 섬의 아름답고 기이한 풍경을 한 도시에서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이 두 얼굴을 하루 안에 보는 게 올바른가 고민하게 돼요. 저는 결국 시간차를 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히로시마 도착 첫날 오후에 평화기념공원을, 다음날 아침에 미야지마를 배정하는 식으로요. 하루 간격을 두면 마음의 결이 한 번 정리됩니다.

원폭 돔(겐바쿠 도무)은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장소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있던 산업장려관이에요. 폭심지에 거의 수직으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벽이 수직으로 남아 뼈대가 보존됐습니다. 이 건물 앞에 서면 시간이 한 번 멈춘 것 같은 감각이 들어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고 입장은 불가능하지만 주변 공원에서 빙 둘러 볼 수 있습니다.

평화기념자료관(히로시마 평화기념박물관)은 2019년 대규모 리뉴얼 이후 전시가 훨씬 인간적이고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숫자와 사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희생자 개인의 이야기(유품, 가족의 편지, 생전 사진) 중심이라 감정의 충격이 훨씬 큽니다. 입장료 200엔. 저는 이 공간에서 오래된 도시락 통 하나 앞에 서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떤 소년이 원폭 직전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가던 길이었고, 도시락은 탄 채로 발견됐고, 소년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미야지마(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섬)는 히로시마역에서 JR 산요 본선 25분 + 페리 10분, 편도 500엔 안팎. 이쓰쿠시마 신사의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붉은 도리이(高さ16.6m)가 핵심인데, 이 도리이는 조수 간만에 따라 얼굴이 완전히 바뀝니다. 만조 때는 도리이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간조 때는 도리이 바로 아래까지 걸어갈 수 있어요. 현지 시각표를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만조와 간조를 둘 다 체험하려면 섬에서 6~8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미야지마는 야생 사슴이 자유롭게 돌아다녀요. 나라와 달리 여기 사슴은 먹이를 주면 안 됩니다(2008년부터 금지). 그래도 사람에게 다가와 가방과 종이를 먹으려고 하니 주의하세요. 저는 첫 방문 때 버스 티켓을 사슴에게 빼앗겼습니다.

미야지마에서 한 번은 해야 하는 건 미센(弥山) 산 등반이에요. 해발 535m인데 로프웨이를 타면 정상 근처까지 올라갑니다(왕복 2,000엔).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토내해의 섬들과 바다 풍경은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라고 불리는데, 이 말이 과장이 아니에요. 맑은 날엔 시코쿠까지 보입니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식과 완전히 달라요. 오사카식은 재료를 반죽에 섞어서 굽는데 히로시마식은 반죽 → 양배추 → 숙주 → 면 → 계란 → 소스를 층층이 쌓아요. "레이어 케이크 같은" 구조입니다. 대표 장소는 오코노미무라(お好み村) — 5층짜리 건물에 24개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모여 있어요. 한 집당 작은 철판 카운터 위에서 직접 구워줍니다. 미차큥(みっちゃん)이 원조로 꼽히는 집이고, 네기(파) 토핑 추천합니다.

마츠다가와(松田川)와 히로시마성도 시내에서 1~2시간 코스. 히로시마성은 1945년 원폭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가 1958년에 콘크리트로 복원됐어요. 천수각 내부는 박물관. 한 번 가볼 만하지만 히로시마의 핵심은 아닙니다.

구레(呉, 쿠레)는 히로시마에서 기차 30분 거리의 해군 도시예요. 대화 전함 뮤지엄에 10분의 1 축척 야마토 전함 복원 모델이 있는데 길이가 26m입니다. 군사 역사에 관심 있는 분에게 추천. 저는 생각보다 감동했어요.

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尾道)까지 이어지는 시마나미 해도(しまなみ海道) 자전거 루트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장거리 자전거 코스입니다. 70km 구간을 6개 섬을 건너며 달리는데, 시간이 허락하면 1박 2일로 해보시길 권해요. 제 버킷리스트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