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남쪽 끝 항구 도시예요. 1854년 페리 제독의 협약 이후 일본 최초로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세 개 항구 중 하나(요코하마, 나가사키와 함께)라서 19세기 후반 서양 건축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언덕 위의 러시아 정교회, 붉은 벽돌 창고군, 바닥에 깔린 돌길 — 이게 하코다테의 첫인상이에요. 저는 삿포로와 하코다테의 분위기 차이가 이 나라의 다른 두 도시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코다테산 야경은 세계 3대 야경(홍콩, 나폴리와 함께)으로 꼽힙니다. 해발 334m, 로프웨이로 3분이면 정상. 편도 1,000엔, 왕복 1,800엔. 일몰 30분 전에 올라가서 어둠이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정석이에요. 하코다테 시가지가 양쪽 바다 사이에 모래시계 같은 모양으로 불빛을 뿜는데, 이 독특한 지형이 야경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겨울에 갔는데 눈이 뿌려진 거리와 불빛의 조합이 사진보다 훨씬 비현실적이었어요. 단 정상은 영하 10도를 쉽게 넘기니 방한 철저히.
모토마치(元町)는 하코다테의 옛 외국인 거주 구역이에요. 하리스토스 정교회(러시아 정교, 1916년), 성 요한 교회(성공회, 1979년 현재 건물), 가톨릭 모토마치 교회(1924년)가 한 블록 안에 모여 있어서 "동양의 유럽"이라는 별명이 납득됩니다. 언덕을 따라 돌길이 구불구불하고 중간중간 작은 카페가 있어서 커피 한 잔 들고 1~2시간 산책하기 좋아요.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군(金森赤レンガ倉庫)은 1909년 지어진 붉은 벽돌 창고를 리테일 공간으로 개조한 곳이에요. 안에는 카페, 유리공예 상점, 기념품 가게가 입점해 있고 야경 시간엔 조명이 들어와 사진 포인트가 됩니다. 솔직히 매장 자체는 평범한데 건물 외관과 해변 산책로 조합이 하코다테의 아이콘이에요.
고료카쿠(五稜郭)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성 별 모양 요새입니다. 1866년 막부 말기에 완공, 다음 해 보신 전쟁의 마지막 격전지가 되면서 역사적 상징이 됐어요. 공중에서 보면 완벽한 오각 별 모양이고, 옆에 있는 고료카쿠 타워(107m, 입장료 1,000엔)에서 내려다봐야 진짜 모양이 보입니다. 봄 벚꽃 시즌(5월 초)엔 성 내부 1,600그루 벚나무가 동시에 피어서 별 모양 전체가 분홍색이 되는데 이 장면이 하코다테의 봄 대표 풍경입니다.
하코다테 아침시장(朝市)은 JR 하코다테역 바로 옆에 있어요. 5시부터 문 여는 가게가 있고 이쿠라(연어알)·우니·대게가 주인공. 저는 동원 식당(どん兵衛)에서 삼색 카이센동(우니+이쿠라+게)을 먹었는데 3,500엔에 양도 많고 신선해서 도쿄의 두세 배 가격 가게보다 나았어요. 하코다테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오징어를 "살아 있는 채로" 자르는 "이카 오도리동(踊り丼)"이 명물인데, 접시 위에서 오징어 다리가 움직이는 광경이 호불호가 명확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번이면 족했어요.
하코다테 라멘은 홋카이도 3대 라멘(삿포로 미소, 아사히카와 쇼유, 하코다테 시오) 중 하나입니다. 소금 베이스의 맑은 국물인데 삿포로 미소와 완전히 다른 담백함이에요. 대표 가게는 아지사이(味彩) 본점. JR 하코다테역에서 노면전차 10분 거리, 아침 11시 개점 직후에 가면 줄이 짧습니다.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温泉)은 하코다테 시내에서 노면전차로 30분 거리의 온천 마을. 홋카이도 3대 온천 중 하나고, 해안 바로 옆이라 바다를 보며 노천탕을 즐길 수 있어요. 당일 입욕은 1,500~2,500엔대, 숙박하면 1박 2식 2~3만 엔대가 기본. 저는 시내 숙박보다 하루는 유노카와 1박을 권해요.
신하코다테호쿠토역(신칸센역)에서 하코다테 시내까지 셔틀버스로 20분, 하코다테 리너(라이너) 열차로 20분. 삿포로에서 JR 특급 호쿠토로 3시간 30분. 비행기도 있지만 기차가 풍경을 보며 움직이는 쪽을 권해요. 홋카이도 남부의 바다와 숲이 계속 창밖으로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