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는 "작은 교토"로 불립니다. 에도 시대 카가 번(加賀藩)의 수도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다이묘령이었고, 2차대전 폭격을 피해서 옛 거리가 온전히 보존됐어요. 인구 46만의 작은 도시인데 미슐랭 별 받은 식당 수가 인구 대비 일본 최상위권이고,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兼六園)과 21세기 미술관이 공존하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나자와를 "교토에 지친 사람을 위한 대안"이라고 설명해요. 교토가 1년에 5,000만 명이 찾는 포화 상태라면, 가나자와는 천 만 명 수준이라 훨씬 여유롭고 걸어서 도시 전체를 돌 수 있을 만큼 작습니다. 한나절이면 주요 관광지를 다 볼 수 있고, 넉넉히 1박 2일이면 깊이 즐길 수 있어요.
겐로쿠엔은 오카야마의 고라쿠엔, 미토의 가이라쿠엔과 함께 일본 3대 명원으로 꼽힙니다. 에도 후기 17세기에 조성됐고, "여섯 가지 경(六勝)"을 모두 갖춘 정원이라는 뜻에서 겐로쿠엔("육승"을 변형한 이름). 입장료 320엔. 봄 벚꽃, 여름 철쭉, 가을 단풍, 겨울 유키즈리(雪吊り, 눈의 무게로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나뭇가지를 줄로 묶어 원추형으로 만드는 전통)가 계절마다 달라요. 저는 11월 말 유키즈리 준비 시기에 갔을 때 가장 아름다웠어요. 단풍과 끈으로 만든 기하학적 실루엣이 겹쳐서 일본 정원의 정수가 뭔지 처음 느꼈습니다.
가나자와성은 겐로쿠엔 바로 옆인데, 천수각이 18세기에 소실된 이후 재건되지 않아서 성벽과 문만 남아 있어요. 그래도 이시카와몬(石川門)과 가시 무기 창고(五十間長屋)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석벽의 돌 쌓기 기법이 독특해서 건축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히가시차야(ひがし茶屋街)는 에도 시대 게이샤 거리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에요. 나무 격자창과 이층집들이 200m쯤 이어지는데 교토의 기온보다 훨씬 작고 아담합니다. 낮엔 관광객이 많지만 저녁 6시 이후엔 관광객이 빠지고 골목 조명이 켜지면서 완전히 다른 도시가 돼요. 저는 한 번 저녁 7시쯤 우연히 들렀는데 그때의 공기가 잊히질 않아요. 사람 없는 목조 골목에 노란 등불 하나씩만 켜져 있는 장면.
21세기 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은 가나자와의 반전 매력이에요. 도시의 전통적인 얼굴 옆에 완전히 현대적인 원형 유리 건물이 서 있습니다. 2004년 개관, 중앙 공공 통로가 무료고 유료 전시만 별도 입장권(500~1,000엔). 대표작은 레안드로 에를리흐의 "The Swimming Pool"인데 물 위에서 물속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설치 작품이에요. 사진으로 본 적 있으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세요.
가나자와 해산물은 일본에서 최상위권입니다. 도쿄와 오사카에 공급되는 참치의 대부분이 이 동네 항구에서 올라와요. 오미초 시장(近江町市場)은 300년 된 시장인데 성게, 털게, 방어, 도미의 품질이 놀랍도록 좋습니다. 1층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경하고, 2층 식당에서 카이센동(해산물덮밥)을 2,000~3,500엔대로 먹는 게 코스예요. 저는 야마산(山さん)과 이키이키테이(いきいき亭)를 번갈아 가는데 후자가 줄이 덜 깁니다.
가나자와는 금박 공예로도 유명해요. 일본 금박의 99%가 이 도시에서 만들어지고, 히가시차야나 겐로쿠엔 근처에서 "금박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 위에 진짜 금박 한 장을 덮는) 같은 기념 먹거리도 있습니다. 한 번 먹어볼 만해요. 금박 자체는 맛이 없지만 사진은 잘 나옵니다.
교통은 호쿠리쿠 신칸센이 2015년 개통되면서 도쿄에서 2시간 30분이면 가나자와까지 직통이에요. 교토·오사카에서는 특급 썬더버드로 2시간 30분. 시내 교통은 "가나자와 루프 버스"(1일권 600엔)가 관광지를 다 연결하고 300엔 균일 요금으로 단일 탑승도 가능합니다.